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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를 읽고
    독후 2022. 8. 7. 23:15

     

     책은 19년 출판 된 티머시 스나이더라는 예일대 사학과 교수님이 쓰신 책이고 타이거 자산운용의 오종태 이사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러우 전쟁이 아직 진행중인데 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우크라이나가 나치라는 소리는 어쩌다 나오게 됐는지 등 이쪽으로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 볼 만하다 생각합니다.

     

    우선 책에서 나중에 다시 읽어볼 만한 부분들의 발췌 해봤습니다. 보기 귀찮으시면 그냥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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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일린의 사상은 푸틴에게 안성맞춤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제 사회주의이 굴레를 벗어던진 러시아에는 '신성한 대속'의 사명이 주어졌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러시아를 호시탐탐 노리는 서구 '자유주의'의 영향력에 오염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푸틴은 일린의 기독교 전체주의를 중심으로 레프 구밀료프의 유라시아주의와 알렉산드르 두긴의 '유라시아' 나치즘을 결합해서 러시아 파시즘의 뼈대를 세웠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형태가 서구의 부패와 유대인의 음모에 맞서 러시아를 지키고 팽창시키는 '유라시아주의'였다. "러시아는 제국으로 만들고 다른 모든 나라는 민족 국가로 두자는 것이었다."

     

    스나이더는 2010년대에 세계가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변해 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이 만들어 낸 독특한 개념인 '필연의 정치학'과 영원의 정치학'을 제시한다. 인간의 시간 경험, 또는 세계인식의 틀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두 개념을 기준으로 볼 때, 단선론적, 목적론적시간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필연의 정치학'에서 미래는 현재의 필연적인 연장에 불과하다. "'필연의 정치학'이라고 말하는 이 이야기는 미래는 단지 더 많은 현재이고 진보의 법칙이 밝혀졌으며, 다른 대안은 전혀 없으므로 실제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다.(후략)" 

     한편 불평등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현실적인 삶의 개선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필연의 정치학은 점차 힘을 잃어 갔다. (중략) 그리하여 부활하는 것이 '영원의 정치학'이다. 전체론적, 순환론적 시간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원의 정치학에서 진보란 일시적이고 역사는 순환하며, 유기체로서의 전체인 민족만이 영원한 존재다. (옮긴이의 말)

     

     (이즈보르스크)클럽의 다른 회원들은 푸틴의 우라시아 연합이 "러시아를 유라시아 제국으로 복원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유럽 연합이 러시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할했다. 유럽 연합은 법률을 강제하고 번영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대외 정책은 프로하노프가 무아지경 상태에서 예겨한 것처럼 유럽 연합이 붕괴해서 "유럽 파시스트 국가들의 집합체"로 바뀔 때까지 유럽 연합 회원국들 내의 극우파를 지지해야 했다. 이즈보르스크클럽의 한 전문가가 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전부 우리 것이고, 결국 모조리 우리한테 돌아올 것"이었다. 두긴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 영토 병합은 유라시아 제국 기획의 "필수 조건"이었다.

     

     클럽의 유라시아론자들이 보기에, 사실들은 적이고, 우크라이나도 적이며, 우크라이나에 관한 사실들은 최고의 적이었다. 이즈보르스크 클럽의 지적 과제는 그런 사실들 전부를 망각의 영역으로 보내버리는 서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중략) 그리고 오늘날 침략자는 사실성이라는 "자유주의의 기구"였다.

     

     지방 기자들이 존재하는 경우에 저널리즘은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관심을 가지는 사건을 다룬다. 그런데 지방 기자들이 사라지면 뉴스가 추상적으로 바뀐다. 뉴스는 이제 익숙한 것들에 관한 보도가 아니라 일종의 오락거리가 된다.

     

     인터넷의 쌍방향성은 성찰을 방해하면서도 정신적으로 노력한다는 인상을 조성한다. 인터넷은 관심의 경제인데, 이윤을 추구하는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작은 단위로 분할해서 광고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만약 이런 플랫폼들에 뉴스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짧은 주의 지속 시간에 맞게 조정되는 한편 감정 강화를 향한 열망을 일깨워야 한다.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뉴스는 편견과 분노 사이에 신경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매일 같이 상상된 적들에게 감정을 발산하다 보면, 현재는 끝없는 영원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가공의 후보가 상당한 이점을 누렸다.

     

     사람들이 더 이상 투표가 중요하다고 믿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죽는다. 문제는 선거가 치러지는지 여부가 아니라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지 여부다. 만약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시간 감각, 즉 현재를 진정시키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 낸다. 각각의 민주적 선거가 갖는 의미는 다음 선거에 대한 약속이다. 만약 또 다른 의미 있는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우리는 다음 번에는 우리가 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음을 알며, 그동안에 이 실수를 우리가 선출한 사람들 탓으로 돌린다. 민주주의는 이런식으로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정치적 예측 가능성으로 변형하며, 우리가 시간을 미래로 나아가는 이동으로 경험하게 도와준다. 이 미래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선거는 단순히 반복적인 지지 의례라고 믿게 된다면, 민주주의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러시아 대외 정책의 본질은 전략적 상대주의다. 러시아가 강해질 수 없다면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을 러시아와 흡사하게 만드는 것이다.러시아는 자국의 문제를 처리하는 대신 다른 나라로 수출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기본적인 문제 하나는 승계 원리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러시아인들이 그런 민주주의가 자국에게 승계원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인들은 자국의 체제를 불신하는 만큼이나 다른 나라의 체제도 불신해야만 했다. 만약 러시아의 승계위기를 실제로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미국이 권위주의 체제가 될 수 있다면, 러시아 자체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정상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영원의 정치인들은 개혁을 논의하기보다는 위협을 가리킨다. 그들은 가능성과 희망이 담긴 미래를 보여 주기보다는 분명한 적과 인위적 위기로 가득한 영원한 현재를 제시한다.

     

    수명이 짧고 미래가 걱정스러울 때 영원의 정치학이 손짓을 보낸다.

     

     필연성의 마법을 깨뜨리려면 우리는 어떤 예외적인 길을 걷는 모습이 아니라 남들과 나란히 역사 속에 자리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영원성의 유혹을 피하려면 우리는 시기적절한 공공 정책을 가지고 불평등부터 시작해서 우리 자신이 직면한 특수한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미국의 정치를 영원한 인종 갈등 정치로 만든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확대되는 기회 불균형을 시정하고, 사회적 지위 향상과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인식의 가능성을 복원하려면 미국인들을 갈등하는 집단들이 아니라 하나로 결합된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

     

     모든 덕은 진실에 의지하며, 진실은 모든 덕에 의지한다. 이 세계에서는 최종적 진실을 얻을 수 없지만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개인은 부자유로부터 멀어진다. 옳다고 느껴지는 것을 믿으려는 유혹은 언제나 사방에서 우리를 몰아친다. 우리가 참된 것과 매력적인 것의 차이를 더는 구별하지 못할 때 권위주의가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진실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은 냉소주의자는 폭군을 환영하는 시민이다. 모든 권위에 대한 전면적인 의심은 감정을 읽어서 냉소주의를 길러 내는 특정한 권위에 대한 순진한 사고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순응과 자기만족 사이에서 개인성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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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문득 러우 전쟁의 발발이 2 시그마 수준이다.. 라고 하신 트레이더 분이 떠오르더군요.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정학과 푸틴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나게 될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러시아의 위안화 보유 비중과 금 보유 비중의 증가는 이에 더더욱 확신을 줬을 것이고요. 당분간은 정치와 지정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시기라 생각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러시아의 가짜 민주주의가 탄생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보리스 옐친 이후 계속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승계자를 찾던 올리가르히(소련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장악한 신흥 재벌)들은 이에 적합한 사람으로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선택합니다. 옐친으로 부터 권력을 승계받은 푸틴은 자신의 권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이반 일린의 사상을 채택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가짜 민주주의를 탄생시킵니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말입니다. 140%의 투표율이 그 예시라 할 수 있겠네요. (이반 일린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이러한 체제를 유지해 자신의 권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자국에서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고 그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의 '가짜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 수출시켜 다른 나라도 자국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러시아 대외 전략의 본질이라고 하는 전략적 상대주의로 자국을 발전시키기 보다 다른 나라를 정치적으로 퇴보 시키는 것이지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푸틴은 국가 차원에서 유럽의 극우 정당의 지원, 유럽 연합의 파편화, 미국에 트럼프를 당선시키는 등의 일을 벌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짜 민주주의가 오고 있으니 정신 차리고 온전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책이 출판되고 3년이 지난 지금 유럽연합의 파편화 위험은 훨씬 더 커졌으며(경기 침체 및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 대두) 다음 미국 대선의 후보로는 트럼프가 여전히 후보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는 현 세대에게 영원의 정치학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며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지금 당장 트럼프의 당선을 막고 eu의 분열을 멈춘다 한들 경제가 어려워 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수록 제 2, 3의 트럼프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니깐요. 이는 비단 러시아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러시아가 영원의 정치를 수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결국 이를 선택하는 것은 국민들이며 상황이 악화되면 누군가의 프로파간다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영원의 정치를 찾게 될 것이니깐요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지난 수 백년간 쌓아 올려온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민주주의로 가장한 영원의 정치학으로부터의 시험에 든 것이죠.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민 개개인의 의식 수준의 진보가 더더욱 중요해진 지금 여러분들 만이라도 자신이 보고 있는 진실이 진짜 진실인지, 진짜 민주주의 인지 믿음에 대한 성찰을 꾸준히 이어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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